아주 난감한 상황이 됐다. 국가에서 찍어 누른 행사라 정부에 볼멘 소리를 할 수도 없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볼 법한 상식 밖의 일이 2023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천전을 앞두고 만난 전북현대 관계자는 “너무 당황스럽고 힘들다”면서도 “불만은 많은데 불만도 공개적으로 내세울 수가 없다”고 전했다. 나라 망신 중인 행사를 수습하기 위해서 ‘치트키’인 K팝을 꺼내 들었고 그러면서 이미 약속된 프로경기를 팽했다. 혹시라도 추후 불이익을 우려한 전북현대는 코멘트도 아끼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까지 직접 전북현대에 연락을 해 양해를 구하고 있으니 전북이 거부할 권리(?)는 없다.
전북현대는 ‘통보’를 받았다. 여기에 원래는 6일 열리기로 한 공연이 12일로 미뤄지면서 K팝 공연에 나설 가수들로 새롭게 섭외해야 한다. 6일 공연이 전격 취소되는 것도 기획사에 ‘통보’였다. 12일에 열릴 공연도 사실상 국격(?)에 맞는 행사를 위해 일방적으로 출연자를 섭외해야 한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행사에 거부권은 사실상 없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항의를 하려면 ‘용산’에 해야하는데 그럴 수가 있겠느냐”고 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결정은 기본이지만 나라 망신 앞에서는 찍어 누르고 통보를 한다. 아무도 거부하지 못하고 피해 구단도 눈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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