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부산시가 추진 중인 구덕운동장 복합 재개발 사업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지난 31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서였는데, 곽 의원은 우선 해당 사업을 공공성 훼손 사업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명목상 재개발이라고는 하지만 주민들의 의사에 반하고 도시재생이라는 당초 취지에도 맞지 않은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곽 의원은 국토교통부에 대해서도 부산시의 도시재생사업 공모 신청을 반려하라고 독촉했다. 구덕운동장이 있는 부산 서구를 지역구로 둔 여당 국회의원이 직접 나서서 부산시 사업에 제동을 건 셈인데, 향후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덕운동장 재개발 반대 목소리는 야권에서도 나온다. 최형욱 더불어민주당 부산 서·동구 지역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 위원장은 박형준 부산시장을 직접 겨냥해 비판했다. 박 시장이 토건업자 등 일부 세력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아파트 건립을 통해 사업비를 확보하려는 부산시의 계획을 꼬집었는데, 예산 탓하지 말고 전액 국비로 추진하라는 게 최 위원장의 주문이다. 부산시의회의 기류도 기본적으로 부산시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주민 의사가 충분히 수렴되지 않은 데다, 공공성보다 사업성에 치중된 계획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지역의 여야 정치권이 구덕운동장 재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천명한 것은 여론을 의식한 때문이다. 부산시는 구덕운동장 재개발의 혜택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그 혜택은 사업 부지에 들어설 아파트의 입주자 등 극히 일부에 국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들을 위한 재개발이 아니라며 반대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나아가 부산시가 예산이 부족하다면서도 화급하지도 않은 사업을 무리해서 추진하는 데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간 사업자의 수익을 챙겨주기 위한 유착”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돈 없으면 말 일이지 이런 의심까지 받으며 끌고 갈 일인가 싶다.
주민도 지역 정치권도 모두 반대하는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일을 벌이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필요하다면 아파트 건립 규모를 조정할 수도 있다며 이해를 강요한다. 하지만 당장 아파트 건설 계획부터 철회할 것을 거세게 요구하는 주민들을 그 정도 제안으로 설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구덕운동장의 재개발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면서까지 밀어붙일 일은 아닐 테다. 행정의 결정권은 주민에게 가장 우선해 있다는 사실을 부산시는 거듭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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