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라는 단어 자체가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보수에는 주의가 붙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보수가 철학이 있는가? 보수가 미래가 있는가?
보수는 그냥 짐승들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굴러온 대로 계속 유지해 가는 것 그것이 무슨 철학을 요구하는가.
보수는 새로운 의제(혹은 주의)가 등장할 때부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00주의는 기존의 XX를 바꿔 더 많은 이들에게 ZZ를 해주려고 해."라고 주장하며 사람들의 주의를 끌 때,
"00주의는 위험해, 기존의 XX로도 사람들은 충분히 ZZ를 얻을 수 있어. 그러니 기존의 XX를 믿고 나의 순서를 기다려보자."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주의의 핵심은 기존 질서의 준수와 도덕성이다. 새로이 등장한 00주의는 기존의 질서를 흔들어 기득권들을 털어내고 그들에게 집중된 ZZ를 기존 질서대로라면 기회를 잡지 못할 이들 (내지는 00주의자들)이 탈취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질서의 문법을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규칙을 만들어내어 00주의에 관심없는 대다수 구성원들에게 불가피한 혼란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혼란은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조차 괴롭고, 기존 질서를 옹호하는 이들에겐 고통이다.
한국의 보수를 참칭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보수의 기본이 안 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주의는 과거 회귀를 갈구하는 반동으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현 법질서를 누구보다도 잘 지켜야할 속칭 보수정당의 구성원들은 그리고 그 정당의 지지자들은 기존 질서를 유린한다. 뭔가 모자란 사람이 현역을 가고, 억울하면 출세를 해야하고, 아둔한 이들이 세금을 나라에서 달라는 대로 준다. 돈도 실력이라며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할 법의 심판은 그들 앞에서 고속도로 계획구간 휘듯 휜다.
예전 고 정운영 님이 카이스트 학생들을 상대로한 강연에서 "서양의 보수주의는 아무리 달콤한 공산주의가 속삭여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사회 구성원들이 저마다 제 자리에서 자기 순서를 지키며 법을 준수하면 조금 늦더라도 자신에게 돌아올 몫이 반드시 돌아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했기에, 공산혁명은 유럽의 심장이 아닌 주변부의 절망적인 농업국인 러시아와 중국에서 광풍을 일으킨 것이라고. 서양의 보수주의는 발로 툭 찬다고 바로 자빠질 모래성같은 게 아니라고 했다.
작금의 한국을 보니, 금융자본의 세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의 자녀들이 과연 대학을 졸업해서 자신의 부모세대와 비슷한 수준의 주택에서 과연 후일을 도모할 수 있을까 궁금해 진다. 90년에 하루 벽돌지고 받은 4만원과 현재 임금. 90년에 90만원 정도했던 대학 1학기 사회과학대학 어느 학과 수업료와 현재 수업료. 90년에 할머니와 같이 살던 역삼동의 21평 아파트와 그 아파트가 재건축된 결과물... 나는 과연 이 사회(내지는 국가)를 믿으며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 돌아올 나의 몫을 공정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지금 20대, 30대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부모의 도움없이 언젠가 정규직에, 내 집 한 칸 마련하여,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새끼들을 키우면서 나쁘지 않은 미래를 꿈꿔 볼 수 있는 것인가?
이들의 공통점은 독재와 국민학살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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