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빗나간 터보 대결, 쏘나타 터보 vs. 말리부 터보
모터 트렌드 입력 2017.11.14 11:31 수정 2017.11.14 15:36 댓글 128개
아빠의 자존심을 높여줄 터보를 더한 중형 패밀리 세단 대결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과거 터보는 출력을 높이기 위한 도구였지만, 최근엔 터보차저가 연비를 높이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낮아진 출력을 터보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그런데 현대 쏘나타 터보와 쉐보레 말리부 터보는 본래 목적대로 더 나은 성능을 위해 터보를 사용했다. 소비자들이 일반 모델이 아닌 터보 모델을 구매한다는 건 일반 모델보다 차별화된 성능을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 차가 어떠한 방식으로 성능을 표현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일반 모델에서 그저 출력만 높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높은 성능의 가치를 담아냈는지 알고 싶었다. 소비자들이 고성능을 원하는 주된 이유는 즐거움이다. 따라서 두 차 중 어느 차가 더 재미있는지 그리고 더 빠르게 달리는지 측정했다. 그런데 예상 외의 결과가 나왔다. 주행 품질 및 핸들링 국내에서 2.0 터보 엔진을 단 중형 세단이라면 사실 상당한 고성능 모델에 속한다. 보편적인 패밀리 세단에 고성능 엔진을 얹었다는 것만으로도 특이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기아 스팅어나 제네시스 G70의 3.3 터보 모델이야 원래 그럴 차였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는 것과 반대의 경우인 셈이다. 게다가 250마력 전후의 최고출력은 유럽의 동급 모델과 비교해도 결코 낮은 출력이 아니다. 즉 보편적 패밀리 세단에는 상당히 높다. 따라서 주행 품질과 핸들링을 어느 기준으로 두고 볼 것인지 고민했다. 중형 세단의 보편적인 느낌을 최대한 유지한 것인지, 아니면 보편적 모델과 확연한 차이를 두고 특별하게 만든 것인지 말이다. 쏘나타 2.0 터보의 주행 품질은 매우 보편적이다. 이해하기 쉽고 일반적 중형 세단에서 기대할 만한 눈높이에 딱 맞다. 조용한 실내를 비롯해 자극적인 면이 거의 없다. 승차감도 일상적인 상황에서 상당히 좋고 특별하게 흠잡을 구석이 없다. 조종 성능에서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떨어지는 부분이 없고 예측하기가 쉽다. 고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은 YF에서 LF로 오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요즘 현대차가 기본기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쏘나타는 객관적 기준으로도 상당히 잘 만든 중형 세단이다. 특히 2.0리터 CVVL 모델은 흠잡을 게 거의 없었다. 누구한테나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좋은 차다. 그런데 쏘나타 터보는 빈틈이 보인다. 2.0리터 터보 엔진이 올라가면서 간혹 차체와 섀시가 신경질을 낼 때가 생긴다. 출력에 걸맞게 조금 단단해진 서스펜션 때문에 승차감이 희생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쏘나타 터보는 그 정도가 더 큰 편이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요철을 만나면 허둥대는 느낌이 컸다. 결론적으로 LF 쏘나타의 차체 강성과 서스펜션의 허용 능력에는 2.0리터 터보 엔진이 살짝 과하다는 느낌이다. 실용 영역을 강화했다는 엔진의 출력 특성도 여전히 아쉽다. 저회전 영역에서 굼뜨고 3000rpm 부근에서 불쑥 솟아나는 토크 특성도 부자연스럽다. 이 비선형적인 출력 특성이 평소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코너에서 탈출하면서 가속할 때는 한 박자 늦은 엔진 반응 때문에 정확한 타이밍을 잡기 힘들다. 그리고 코너링 도중에 3000rpm을 만나면 토크가 갑자기 늘어나 언더스티어가 커졌다. 아무리 8단 자동변속기가 부지런히 움직여도 감당하지 못할 영역은 분명히 있다. 류민 기자는 “쏘나타의 고속 안정성은 매우 좋네요”라고 했다. 현대차의 기본기는 수준급에 도달했다. 하지만 출력 안정성이 떨어지자 이에 대응하려다가 승차감까지 흐트러지는 현상이 고출력 엔진에서 더 쉽게 드러난다는 건 이제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음으로의 진화가 필요하다. 말리부는 쏘나타와 많은 면에서 대조된다. 실내로 파고드는 소음이 쏘나타보다 크다. 특히 뒷좌석에서 들리는 타이어 소음이 거슬린다. 그런데 승차감은 좋다. 서스펜션도 부드러운 편인데 높은 속도와 굽은 도로에서도 조종 성능과 승차감이 무너지지 않는다. 대책 없이 부드럽기만 했다면 이런 움직임을 만들지 못한다. 특히 유턴할 때 앞바퀴에 저항감이 전혀 없이 매끈하고 노면을 정확하게 눌러 밟고 도는 감촉과 감각이 매우 인상적이다. 요철을 만나더라도 승차감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에 섀시의 잠재력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리부의 E2XX 플랫폼을 늘려서 만든 게 임팔라의 P2XX 플랫폼이다. 섀시를 늘렸음에도 임팔라의 주행 안정성이 우수한 것으로 봐서 말리부의 플랫폼이 굉장히 우수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저회전 토크가 풍부하고 가속페달에 재빠르게 반응하는 엔진도 편한 운전의 요인이다. 비록 미국 모델의 8단이 아닌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풍부한 저속 토크로 그 단점을 보완한다. 하지만 변속이 필요한 경우에는 쏘나타의 촘촘한 8단보다 변속 충격도 크고 지연도 긴 편이다. 말리부는 급차선 변경이나 슬라럼 테스트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접지감이 또렷한 앞바퀴의 회전궤적을 뒷바퀴가 민첩하게 따라 붙어 훌륭한 조종 성능을 낸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지만 무게중심이 낮아 코너 안쪽 바퀴가 뜨는 느낌보다 바깥쪽 바퀴가 가라앉는 느낌이다. 다른 에디터들의 지적대로 운전대가 너무 가볍다는 느낌은 있지만 조종 감각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행 성능과 테스트 결과 말리부에 비해 쏘나타의 가장 큰 강점은 8단 자동변속기다. 가속할 때 아주 부지런하고 민첩하게 변속하면서 터보 엔진의 힘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전 세계 자동차 제작사 중 변속기를 설계·제작하는 회사는 현대와 벤츠, 그리고 아이신 대주주인 토요타 정도다(폭스바겐도 DSG를 제작하지만 핵심 기술은 보그워너에서 가져왔다). 변속기를 직접 만드니 피드백이 빨리 반영되고 그만큼 빨리 발전한다. 인정할 만한 부분이다. 그런데 발진 가속은 말리부의 승리였다. 그것도 시속 100킬로미터 도달 시간이 8.3초대 9.9초로 쏘나타가 1.6초나 느리다. 승부는 출발에서 갈렸다. 앞에서 말했듯이 쏘나타의 가속페달 반응이 문제다. 출발과 함께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반응이 없다. 당황스러울 정도다. 차라리 가속페달을 조금 밟았을 때의 반응이 나은 것처럼 느껴진다. 시속 10킬로미터 도달 시간이 말리부는 0.7초대인데 쏘나타는 1초가 넘는다. 그리고 그 차이는 점점 벌어졌다. 말리부의 엔진 응답성이 우수하고 차체 무게도 100킬로그램 정도 가벼운 게 크게 작용했다. 쏘나타 변속기가 빠르게 반응했지만 기회는 없었다. 추월 가속에서도 응답성이 좋은 말리부의 승리였다. 특히 저회전 토크와 응답성이 중요한 시속 20→60킬로미터 추월가속에서 차이가 컸다. 말리부에도 아쉬움이 있었다. 2단에서 3단으로 변속할 때 발생하는 클러치 슬립 현상이다. 6200rpm에서 2→3단 변속이 이루어지는데 엔진이 순간적으로 6500rpm까지 오버런한다. 그러고 나서 클러치를 붙이기 때문에 변속에 시간 허비가 크다. 그래프를 봐도 그 부근에서 순간적으로 가속이 꺾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제동성능의 경우 제동거리는 쏘나타가, 제동 안정성은 말리부가 우수한 결과를 냈다. 페달 감각도 말리부 쪽이 명료했다. 운전대를 놓아도 말리부는 바른 방향을 유지하는 한편 쏘나타는 약간 오른쪽으로 흘렀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운전석과 실내 공간 “20년 전 차를 타고 과거로 가는 느낌이야. 마침 라디오에서도 1990년대 가요가 흘러나오고 있잖아.” 영종대교를 막 지나는데 말리부 뒷자리에 앉은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말했다. 말리부 실내는 확실히 옛날 차 분위기가 강하다. 센터터널을 덮은 갈색 나무 무늬 플라스틱 장식은 옛날 차 분위기에 방점을 찍었다. 센터페시아에 매끈한 모니터가 붙었지만 이것으로 낡은 분위기를 덜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옅은 갈색 대시보드에 황토색 가죽을 조합하다니. 대체 어느 나라 할아버지 취향인지 모르겠어요.” 류민 기자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말리부와 비교하면 쏘나타의 실내는 세련된 느낌이다. 모니터와 버튼을 둘러싼 마름모꼴 프레임이 간결한 분위기를 낸다. SM6처럼 첨단 분위기가 물씬 나는 실내는 아니지만 적어도 아저씨 분위기는 벗었다. “하지만 버튼이 너무 많아 정신없지 않아? 말리부는 딱 필요한 버튼만 밖으로 빼놔서 좀 더 보기 쉽고 쓰기도 편하잖아.” 류민과 김선관 기자는 내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렸다. “쏘나타는 아저씨들이나 타는 세단인 줄 알았는데 인테리어가 꽤 젊어요. BMW의 향기를 느끼는 건 저뿐인가요?” 김선관 기자는 쏘나타의 젊은 인테리어가 마음에 드는 눈치다. 말리부의 센터페시아를 좋아한 건 나와 나윤석 칼럼니스트뿐이었다. 그렇다면 운전석은 어떨까? “쏘나타는 시트 패딩이 너무 단단해서 몸을 잘 잡아주지 못해.”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쏘나타의 시트에 불만을 나타냈다. 나 역시 쿠션이 두툼한데다 너무 단단해 앉았을 때 엉덩이는 물론 무릎까지 불편한 쏘나타의 시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트만 놓고 보면 말리부가 쏘나타보다 좀 더 편한 것 같아요. 엉덩이도 포근하게 감싸주고요.” 류민 기자가 웬일인지 말리부의 시트를 칭찬했다. “말리부는 시트가 푹신하고 공간도 넓어 쏘나타보다 세단이라는 이름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김선관 기자 역시 말리부의 운전석을 칭찬했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았을 때 보이는,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싼티 작렬’ 크롬 띠와 인조가죽이 모든 걸 망치고 있어요. 3000만원이 넘는 중형 세단인데 이러면 안 되잖아요.” 류민 기자는 역시나 말리부의 실내를 못마땅해 했다. “인테리어 품질은 쏘나타가 한 수 위야. 말리부는 곳곳에 들뜬 곳이 눈에 띄잖아. 스티어링휠도 가죽을 매끈하게 감싸지 못해 곳곳이 울어 있고.” 이진우 기자 역시 운전석에서 쏘나타의 손을 들었다. “하지만 쏘나타는 시트가 너무 불편해!” 내가 큰 소리로 외쳤지만 세 명의 남자(이진우, 류민, 김선관 기자)는 이미 마음이 쏘나타로 기울었다. 시승차로 온 쏘나타와 말리부는 옵션을 가득 넣은 최고급 모델 익스클루시브와 LTZ 프리미엄이다. 둘 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전동과 열선, 통풍 기능을 품었고, 운전석엔 두 가지로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기능을, 뒷자리엔 열선 기능을 더했다. 열선 스티어링휠과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등 작정하고 맞춘 것처럼 옵션이 거의 똑같다. 옵션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쏘나타 2.0 터보는 JBL 오디오를 익스클루시브 모델만 103만원을 주고 달 수 있지만 말리부 2.0 터보는 보스 오디오를 기본으로 품고 있다는 거다. 게다가 말리부는 뒷시트 등받이를 6대 4로 나눠 접을 수 있다(쏘나타는 뒷시트를 접을 수 없다. 대신 스키스루는 있다). “뒷자리는 말리부의 압승이네요. 시트도 푹신하고 공간도 넉넉해요. 무엇보다 뒷시트 등받이를 접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김선관 기자의 말에 우린 처음으로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말리부는 눈보다 몸이 좋아하는 차야. 쏘나타의 좋은 품질은 몸으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말리부는 조금 부족하긴 해도 몸이 좋아했어.”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말리부의 실내에 엄지를 들었다. 나 역시 말리부의 푸근한 실내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아직 30대인, 그래서 몸이 좀 더 팽팽한 류민 기자와 김선관 기자는 푸근함보다 세련된 쏘나타의 실내를 좋아했다. 그런데 나보다 2년 먼저 40대에 들어선 이진우 기자는 왜 쏘나타의 실내를 좋아하는 거지? 글_서인수 연비 두 차는 모두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는다. 출력도 250마력가량으로 비슷하다. 배기량에 비해서 꽤 높은 출력. 아무리 터보라도 배기량 1리터당 120마력까지 넘긴 엔진은 흔치않다. 사실 이들은 기존 V6 모델의 다운사이징 버전이다. 따라서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3.0리터급 V6 엔진과 비슷한 힘을 내야 한다. 게다가 기존 2.0리터 모델과의 차별화도 필요하다. 이 두 차가 ‘터보’라는 말로 스포츠 버전 코스프레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둘은 어디까지나 대중차 브랜드의 앞바퀴굴림 중형 세단이다. 최대 덕목인 실용성은 물론 연비까지 신경 써야 한다. 쏘나타는 신형 8단 변속기로 성능과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으면 시속 15킬로미터에서 2단을 물리고 시속 10킬로미터가 늘어날 때마다 기어를 바꾼다. 그리고 시속 70킬로미터에서 7단을 물려 본격적인 항속 모드에 들어가고 시속 85킬로미터에서 최종 기어인 8단을 넣는다. 시시때때로 동력 전달을 끊어 낭비를 줄이는 타력 주행(세일링) 모드는 없지만 록업 클러치의 작동이 빠르기 때문에 동력 손실이 적다. 또 드라이브 모드를 에코에 두면 가속페달을 거칠게 다뤄도 웬만해선 엔진회전수를 띄우지 않는다. 말리부의 변속기는 6단 자동이다. 3단부터 기어비를 넓혀 시속 100킬로미터에서의 엔진회전수를 쏘나타와 비슷한 수준에 맞췄다는 것 이외에는 큰 특징이 없다. 시속 15킬로미터에서 2단을 물리고 시속 10~20킬로미터가 늘어날 때마다 변속하다 시속 80킬로미터에서 6단을 넣는다.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직결감이 높은 편이지만 드라이브 모드는 없다. 대신 말리부는 적재적소에 고장력 강판을 사용해 강성은 높이고 무게는 덜어낸 신형 섀시를 무기로 삼고 있다. 말리부의 무게는 1470킬로그램. 쏘나타보다 무려 100킬로그램이나 가볍다. 말리부가 쏘나타보다 70밀리미터나 길고 휠도 1인치 크고 토크밴드도 뒤로 밀려 있지만 공인연비가 더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말리부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0.8킬로미터로 쏘나타보다 0.1킬로미터 높다. 시내연비는 말리부가 리터당 0.2킬로미터가 높지만 고속연비 차이는 리터당 0.1킬로미터로 줄어든다. 항속기어가 긴 쏘나타의 8단 자동변속기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우리가 직접 살펴본 수치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인 두 명이 타고 시내 30퍼센트, 고속 70퍼센트 정도의 비율로 약 100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말리부는 리터당 10.1킬로미터, 쏘나타는 리터당 9.9킬로미터의 연비를 기록했다(트립 컴퓨터 기준). 연비 대결은 말리부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두 차 모두 연비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3.0리터 V6 모델과 비슷한 성능을 내면서 2.0리터 4기통 모델 수준의 연비를 보여야 제대로 된 다운사이징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두 차 모두 3.0리터급 성능을 낼 땐 3.0리터급 연비를 보였다. 그렇다고 얌전하게 몰 때의 연비가 아주 뛰어난 것도 아니다. 물론 나도 안다. 이것이 다운사이징 엔진의 한계라는 걸. 하지만 예의상 공회전 방지 장치라도 달았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글_류민 구매와 소유 비용 쏘나타 2.0 터보 익스클루시브의 기본 가격은 3253만원, 말리부 2.0 터보 LTZ는 3308만원으로 말리부가 55만원 비싸다. 옵션을 추가한 시승차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쏘나타는 블루링크와 JBL 사운드시스템, 내비게이션, 어라운드 뷰 모니터, 주행 중 후방카메라, 그리고 컨비니언스 패키지와 현대 스마트 센스까지 쏘나타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갖추고 있다. 시승차 가격은 3729만원이다. 반면 말리부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파노라마 선루프, 내비게이션, HID 헤드램프,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 4가지다.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는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차선변경 경고 시스템 등을 포함한 옵션이다. 두 차의 옵션 사양은 거의 비슷하다. 시승차로 온 말리부는 4가지 옵션이 모두 적용, 가격은 3688만원이다. 기본 가격이든 시승차 가격이든 그 차이가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 배기량은 1998cc로 서로 같다. 취등록세와 공채 비용(할인), 연간 자동차세까지 비슷하다. 하지만 주요 소모품 비용과 보험료는 말리부가 쏘나타보다 비싸다. 현대는 현대캐피탈, 쉐보레는 KB캐피탈을 이용한다. 할부 이율은 각각 4.9퍼센트, 4.5퍼센트로 쉐보레가 조금 낮다. 쉐보레는 2018년형 말리부를 KB캐피탈을 이용해 구매할 경우 콤보 할부로 30만원을 할인해준다(2017년형은 120만원 할인). 현대 역시 2017년 3~5월까지 생산된 쏘나타에 30만원을 할인해주지만 2018년형은 할인이 없다. “쏘나타 스마트 트림에 컨비니언스 패키지는 넣어야겠어요. 요즘 스마트키 아닌 차는 없으니까요. 통풍시트도 넣어야겠고. 파노라마 선루프를 넣으면 3000만원이 넘어가네요. 파노라마 선루프까지는 참아야겠어요.” 계산기를 두드리던 류민 기자가 아쉬운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옵션의 여왕 서인수 기자가 말을 이었다. “난 그냥 익스클루시브 트림으로 선택하겠어. 앞자리에 통풍 시트, 뒷자리에는 열선, 운전석 메모리 기능은 요즘 필수라고. 여기에 어라운드 뷰 모니터랑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는 넣어야겠어. 사고 한 번만 피해도 본전은 뽑는 거니까.”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옆에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쏘나타가 옵션 사양은 다양해서 유리하겠지만 확실히 비싼걸. 튜익스 옵션까지 더하면 거의 4000만원이야. 말리부 풀옵션 모델 가격인 3688만원은 저렴하게 느껴져.” 이야기를 들은 류민 기자가 말리부로 넘어갔다. “말리부는 선택하려고 해도 매력적인 옵션이 없어요. 통풍시트가 없는 게 흠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LTZ 프리미엄까진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산다면 LT로 사겠어요.” 오늘따라 류민 기자가 옵션에 인색했다. 서인수 기자는 쏘나타를 선택할 때와 비슷했다. “앞자리에 통풍시트, 뒷자리엔 열선시트를 넣으려면 LTZ 프리미엄을 선택해야 해.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긴급제동 시스템 등을 포함한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는 넣을 수밖에 없겠어.” 두 차의 옵션을 열심히 살핀 나윤석 칼럼니스트와 서인수, 류민 기자는 어떤 차의 손을 들어줄지 결정을 못 내린 눈치다. 하지만 어떤 옵션을 넣고 뺄지는 이미 구상이 끝난 듯 보였다.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차를 선택하진 못했지만 가족이 함께 즐길 중형 세단임을 감안할 때 옵션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다. 글_김선관 최종 결론 테스트 시작 전 모두가 쏘나타의 우위를 점쳤다. 일반 2.0리터 모델에서 쏘나타는 잘 다듬어진 주행감각에 엔진과 변속기 궁합도 잘 맞았다. 본바탕이 훌륭하니 터보 모델에서도 또렷한 주행성으로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 예상했다. 반면 말리부에 대해선 큰 기대가 없었다. 사실 1.5리터 터보 모델은 별 감흥이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섀시를 지닌 것은 알겠는데 그 섀시의 장점을 잘 끌어내지 못했고 실내 구성과 내장 재질도 쏘나타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예측은 단박에 빗나갔다. 쏘나타에 계측기를 달고 테스트를 하면서 ‘지금 내가 실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에어컨을 켜고 수동모드에 놓은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반응이 굼떴다. 몇 번을 계속해도 결과는 마찬가지. 초반 터보 래그가 너무 길어서 답답했고 터빈에 배기가스가 다 채워지면 갑자기 엔진 반응이 거칠어지는 경향도 보였다. 말리부는 초반부터 높은 토크를 뽑아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시속 95~98킬로미터에서 2→3단 변속되면서 차체가 뒤로 끄집어 당겨지는 듯한 출력 손실이 생긴 것을 제외하면 모든 부분에서 쏘나타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중형 패밀리 세단을 사면서 돈을 더 주고 고성능 터보 모델을 선택하는 이유는 속도와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이런 소비 심리를 감안해 두 차의 가치를 평가했고 말리부의 손을 들어줬다. 쏘나타는 분명 일반 모델보다 빨랐지만, 그 빠름이 재미와 즐거움으로 직결되진 않았다. 안정적이던 차체와 파워트레인은 한계점을 쉽게 노출했고 스트레스를 분출했다. 반면 말리부는 가속과 주행성 모두 자연스러웠다. 일반 1.5리터 모델도 터보를 사용해서인지 파워트레인 안정화 수준이 쏘나타보다 높다. 그리고 그 엔진을 섀시가 잘 포용한다. 물론 실내 구성이나 편의장비 등은 쏘나타 쪽이 강점을 가지지만 이러한 것이 고성능 세단의 가치를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 말리부 터보의 승리다. 에디터_이진우 사진_박남규(펜 스튜디오)
차를 급하게 틀때 느껴지는 지면과의 마찰력과 차체의 뒤틀림.
어? 했다가...아닌가?....하고 넘어갔다가....어어?.....하는 그 느낌이요.
본문에선 허둥댄다라고 하네요.
쉐보레...쌍용...르노 차량들 타보고 말리기라도 했음 좋겠다...ㅎㅎㅎ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