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
얼마전. 지난 4월 중순 무렵.. 수원에 있는 모 대기업 거래처 본사, 임직원분과 점심식사 후 미팅을 마치고, 다시 일산 사무실로 복귀하던 고속도로에서의 일이었다.
오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고속도로 정체가 시작되고, 차는 갔다가 섰다가를 연신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화를 걸려 휴대폰에 시선을 두고 손으로 버튼을 누르려는데, 나도 모르게 아차 하는 순간에 앞 차가 순식간에 내 차 바로 앞에 보이는 장면이.. 급 브레이크를 걸었다.
‘꽝!…’
사고 직후, 비상등을 켜고 앞 차에 가 피해차량의 운전자에게 죄송하다며 괜찮냐고 물어볼 때, 피해 차량의 운전자는 20대 중반 정도? 그리고 조수석에는 같은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자분이 앉아 계셨다.
(나중에 깨닫게 된 일이지만.. 그날, 점심 식사 후에 감기 기운으로 감기약을 먹은 탓에 집중력이 떨어진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처리를 위해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웠는데, 잠시 후 고속도로 순찰차가 마침 도착해서 후미쪽 교통정리를 해주시는 모습이 고마웠다.
보험사에 연락. 사고처리를 마치고 다시 일산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빗길이었고, 순간의 내 실수로 추돌사고를 일으켰지만, 정말 경미한 추돌사고였다. 물론, 당연히 보험처리를 해 드려야 했고 성실하게 보험사와 연락,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며 뒷처리를 진행했다.
회사 소유 차량이지만, 내가 운전하던 차 앞 부분은 번호판만 약간 찌그러진 상태. 하지만, 앞차는 미니 SUV, 티*리 차량인데, 범퍼는 거의 표시가 안 날 정도. 하지만 트렁크 문 아랫쪽이 조금 패인 정도.. 물론, 그 트렁크 문 밑 부분에 피해가 발생한게 눈에 띄는 정도였다.
해서, 보험처리를 해 드리겠노라며 사고 후 처리를 마치고 사과까지 하고 헤어졌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보험사와 통화, 이런 저런 대화를 이어가던 중에.. 보험사 직원과 대화를 나누다가, 조금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피해 차량 모두 대물 견적 480만원 정도?.. 그리고, 대인 2인 병원치료까지 모두 요청했다고 한다. 오케이. 뭐, 가해 차량인 내가 모두 책임져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로부터 거의 한달이 다 되어갈 무렵. 어제 오전. 상대방측 H보험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인즉슨, 당시 피해차량의 운전가로부터 ‘사고당시 차내 거치대에 올려놓았던 애플의 아이폰이 사고충격으로 떨어져 액정이 깨졌으니, 액정 교체값을 요구해 왔다’는 내용을 이야기한다.
액정 교체값이 50~60만원 정도 든다고 하니, 이 금액을 받아야 겠다며 전화를 했다고 보험사에, 그리고 그 보험사 담당자분께서 내게 전화를 한 것이다.
하… 이건 조금,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 한숨을 가늘게 내 쉬는게, 상대 보험사 직원이 수화기 너머로 들렸나 보다.
‘에휴, 죄송합니다. 제가… 아뭏든, 지금 선생님께서 보상해야 할 부분은 전혀 없으니 걱정하지는 마시구요~ 선생님 보험사에 전화 한통만 해 주셔서 이 내용을….’
라고 말씀하시는게, 아마 나와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게 느껴졌다.
해서, 다음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도 모르는 그분께 이런 말이 나왔다.
‘하하.. 저는 괜찮습니다. 선생님께서도 피곤하시겠네요.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처리하시느라… ‘
그러자, 그 분께서 하시는 말씀…
‘하하,, 네~ 오늘 오전 출근때부터 전화가 걸려와서, 지금까지 열댓번 이상 독촉을 받았네요, 연휴가 끝난 직후라 저도 일이 많았는데, 막무가내로 입금을 받아야 휴대폰을 고쳐서 쓸거 아니냐며.. ‘
그리고 잠시 후, 대화를 나누다가 그분께서 오히려 내가 받을 스트레스를 걱정해 주시며 위로의 말씀을 해 주시길래,
하하… 그래도, 선생님 말씀 덕분에 제 기분이 조금 나아졌네요. 성생님도 건강에 안 좋으니, 이런 일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
하며 인사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통화를 끊기 전, 그 보험사 직원분께서 하셨던 말씀이 계속 떠올려졌기 때문이다.
‘저도, 피해 차량의 운전자분과 같은 나이의 아들이 있는데요. 저는 적어도 우리 아이한테는 그렇게 가르키질 않았는데요…’
…....
지금까지 내가 교통사고를 낸 적은 거의 한두번? 경미한 접촉사고 빼고는.. 추돌피해를 당한 일들이 더 많았었다.
그 때마다, 내 판단으로는 지극히 상식적? 아니 상식 이상의 상대방 기분과 입장을 생각해서 최소한의 피해복구를 요청하거나, 아니면 그냥 ‘괜찮네요~ 그냥 가세요. 앞으로 조심하시구요^^ ’라며, 쿨 하게 먼저 자리를 뜬 적은 몇번 있었다.
심지어 이십대 후반 무렵. 당시 소나타 초기모델의 차량를 몰던 어느 때, 영동대교 남단에 들어설 때 합류지접에서, 어느 70대 노인께서 티코차량으로 내 차량 옆구리를 박아서 푹 찌그러진 상황에서도 그랬었다. 어차피 폐차할 때가 되었던 시점이라, 찌그러진 뒷문을 보며, 어차피 폐차하려고 했는데, 잘 됐네요. 그냥 가세요. 앞으로 운전 조심하세요~’라며 먼저 차를 몰고 사고현장을 떠났던 기억…
그른데, 어제 느꼈던 씁쓸함…. 이 기억은 참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소주의 달달함이 오늘은 참 쓰게 느껴지는 밤이다.
아내에게는 어제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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