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어 제법 많은 친구들과 낙지볶음과 보쌈 등으로 소주 한 잔을 기울였다.
나는 수작을 부릴려고 했는데 많은 친구들이 이미 술을 끊었기에 수작(酬酌)을 하기도 하고 자작(自酌)을 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로 잔을 주고받거나 돌려가며 술을 마셨었다. 우리만의 고유한 음주 문화이고 오랜 전통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수작(酬酌) 문화'라고 했다.
그 유래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술잔에 독이 들어 있지 않다는 표시였을 수도 있고,
친근함과 결속감의 표현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술잔 돌리기 문화'는 30년 전부터 개선해야할 문화로 대두되기 시작했었는데...
개선해야 할 그 과도기에는 별 우스운 에피소드가 많았다.
할 수없이 술잔을 돌려야 할 위기에 봉착했을 때, 물수건으로 잔을 닦아 잔을 돌리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물수건이 비위생적이라서 물수건이 아니라 타슈내지는 화장지로 닦아야 술 잔을 받겠다는 사람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이러한 수작문화는 두 번에 걸쳐 커다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한번은 30년 전 B형 간염이 유행할 때였고, 또 한번은 코로나 시대였다. 바로 '자작(自酌)문화'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비위생적이라는 과학적 논거와 함께 내가 마실 만큼 내가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마시겠다는 뜻이다.
흔히 남의 말이나 행동, 계획 등을 낮잡아 이르는 말을 칭할 때 수작을 부리지 말라고 한다.
여기서 '수작(酬酌)'은 술 따를 수(酬), 술 따를 작(酌) 즉, 술잔을 서로 주고받는 일을 말한다.
중국 진나라 때 고서 '창일편'을 보면 주인이 손님에게 권하는 것을 수(酬)라 하고,
손님이 주인에게 보답하여 건배하는 것을 작(酌)이라 했다고 하는데,
원래 수작은 손님과 주인이 서로 공경의 뜻으로 술을 주고받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굉장히 좋은 의미의 말이었다.
그런데 왜 '수작을 부리다'라는 부정적인 말이 됐을까?
아마도 술을 권하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반역을 모의하거나 밀약을 맺고 음모를 꾸미는 일이 많이 생겼을 것이고,
또한 우리 역시 술 먹으면서 누구의 뒷담화를 까는 것이 상당히 야릇(?)해서일 것이다.
모두 이런 배경에서 점차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바뀌지않았나 추정해 본다.
어제 나는 친구들과 약간의 수작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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