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조씨 연예인을 조영남, 조형기, 조혜련이라고 하던데 이런 이유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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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과 윤여정의 결혼은 상당히 갑작스럽고 극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재주가 없어서 재주 있는 사람을 좋아했다던 윤여정은 노래 잘하고, 그림 잘 그리고, 사람에게 잘 하는 조영남에게 자신의 청춘을 올인했습니다. 당시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의 [화녀]와 TV 드라마 [장희빈][새엄마] 등으로 아주 잘 나가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최초의 상업광고인 유니나 샴푸의 메인모델로 활약할 정도로 준수한 인기를 구가했었죠.
그런 그녀가 조영남과 갑작스럽게 결혼을 해 미국으로 떠난다니 사람들이 모두 아연실색 할 수 밖에요. 그러나 윤여정은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저없이 조영남과 결혼해 연예계를 떠났습니다. 윤여정의 절친한 친구인 김수현 작가가 "여정씨는 맑은 눈을 가졌는데, 그 사람은 탁해서 싫다. 미국으로 가지말고 여기서 나랑 같이 있자." 고 말렸어도 젊은 윤여정에게는 오직 조영남 한 사람 뿐이었죠.
조영남과 윤여정의 미국 생활은 순탄했습니다. 아들 두 명을 낳았고, 금슬도 상당히 좋았죠. 이웃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 할 정도로 알콩달콩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이 부부에게는 불행이란 단어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였어요. 하지만 윤여정의 생각과 달리 조영남은 그녀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너무 자유로웠고, 나쁘게 말하자면 방탕하고 뻔뻔했습니다.
십 수년전 [샘이 깊은 물]이라는 잡지에서 윤여정이 조영남과의 미국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어렵게 꺼낸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오랫동안 부부관계가 없었는데도 자신은 그것이 그 뜻인 줄 몰랐다고, "내가 얼마나 대책없는 여자에요!"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그 때 조영남이 "네가 못 생겨서 데리고 잘 수 없었다" 고 했다고 합니다. 조영남에게 청춘을 모두 바쳤던 윤여정에게 조영남의 배신은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었을 겁니다. "너보다 더 좋은 여자가 생겼다." 는 말을 서슴없이 던지는 사람과 어떻게 마주보고 살 수 있었겠어요.
미국에서 12년동안 조영남과 '투쟁'과 같은 결혼생활을 하면서 그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그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지독할 정도의 고독과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갔던 그녀는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술과 담배를 시작했고 개성넘치게 예쁜 얼굴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녀의 컴플렉스인 흉터투성이 피부는 바로 그 때 생긴 '영광(?)의 상처'들인 셈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길 수 밖에 없었던 윤여정은 사람이 고팠던 불쌍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녀의 처지를 알고 있었던 사람은 김수현 씨 정도 밖엔 없었어요. 윤여정은 외로웠던 미국 생활을 이렇게 회고합니다. 이 글을 보면 조영남에게 버림 받았던 그녀의 절절한 고독과 외로움이 뼈 사무치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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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가자마자 나의 첫 편지는 물론 김수현 씨였다. 그냥 그이가 그렇게 좋았다.
미국에서 12년 동안 밥하고 빨래하고 살면서 내가 우편 배달부 올 시간을 얼마나 목 빼고 기다렸는지 우리 큰아들은 두 살인지 세 살 때 '너 커서 뭐가 될래?' 하면 '우편배달부' 였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 우편 배달부를 맞는 일로 보였던 모양이다.
우리는 편지로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이, 나, 애들, 남편, 조국, 애국, 사회, 경제, 인생 별걸 다 얘기했다. 봉합 엽서 세 면이 항상 모자라 불만이다가 내가 기발한 생각을 해낸 것이 녹음 테이프를 만드는 거였다. 아들을 재우고 조용한 방이나 욕실의 문을 잠그고 녹음기에 대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기계에 대고 말하는 꼴이 우습다고 김수현 씨는 처음에 못하겠다고 했다.
내가 설득했다. 돌아가는 녹음 테이프 두 개의 동그라미를 내 눈으로 생각하고 해보라고. 마침내 설득당한 김수현 씨의 첫번째 녹음 테이프는 "코냑 먹구 한다 지금. 도저히 맑은 정신으로는 무안해서 말야" 로 시작되었다. 그 후로 우리는 정신병자들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도 내가 귀국할 때까지 녹음 테이프로 수많은 얘기들을 나눴다. 우리가 서로를 잘 알게 되고 느끼게 된 것은 직업이 작가인 김수현 씨가 아니라 인간 김수현씨와 타향에서 밥하고 빨래하던, 이미 배우가 아닌 전업 주부 윤여정일 때였다.
미국에서 보낸 편지 맨 끝에 쓰는 'LOVE 여정' 이 때로는 'LOVE LOVE LOVE 여정' 이 될 때가 가끔 있었다. 어느 날 답장에 '편지에 니가 LOVE를 많이 쓴 걸 받으면 많이 외롭구나 싶어서 참 속상해' 라는 대목이 있었다. 그 때 이미 그이는 나를 정말로 많이 사랑하고 있었던 걸 모르고, 나는 그저 고작 '이 여인은 참 사람 마음도 잘 알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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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간의 미국생활을 끝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조영남과 윤여정은 윤여정의 말처럼 정말 '장렬하게'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죠. 조영남은 윤여정을 뻥 찬 대신 백은실과 결혼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윤여정은 철저하게 생활형 연기자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무 거리낄 것 없이 잘 살고 있는 조영남과 달리 윤여정의 연예계 생활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지요.
조영남은 귀국 직후 윤여정과의 이혼 사유를 묻는 기자의 물음에 "결벽증이 너무 심해서 못 살겠다 싶었다. 한 마디로 내가 이혼 당하거다" 는 등의 돌출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내 전 재산을 모두 줬다. 난 빈털털이다." 라고 이야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는 훗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지금까지도 조영남 스스로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자책하는 사안입니다.
실상 윤여정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엄청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두 아들을 홀로 키우기 위해 지나가는 배역을 마다하지 않았고 온갖 오해와 핍박에도 불구하고 김수현 씨의 비호를 받으며 김수현 드라마에 출연했죠. 한 때 그녀는 "작가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캐스팅 된 낙하산이라 오해도 많이 받고, 욕도 많이 먹었다. 한 마디로 왕따였다." 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영화 [여배우들]에서는 이런 말도 했었지요. "난 차였는데,세상에 상대가 계속 언론플레이하는 바람에 황당해서 속상해했더니,김수현 씨가 얘,넌 그 못생긴 놈한테 차였다는게 낫니?차라리 찬 게 낫지하더라" 구요. 지금이야 워낙 시간이 많이 흘러 담담하고도 쿨하게 말할 수 있지만 예전의 그녀에게 얼마나 큰 상처였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을겁니다.
거짓말로 언론플레이를 일삼는 전 남편 앞에서 윤여정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것 뿐이었습니다. 힘겹게 힘겹게 일하면서 차곡차곡 돈을 모아 두 아들을 누구보다 번듯하게 키워 놓았고 김수현, 노희경, 인정옥 등 당대의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로 성장했죠. "두 아들의 학비는 내가 댔다"는 조영남의 거짓말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요. 그러면서도 깐깐하고 깔끔한 성격에 경우 밝고 열정적이었던 그녀는 단 한번도 조영남을 험담한다거나 그의 거짓말에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조영남의 모든 결점까지도 아들들의 '아버지'였기에 품어냈던 윤여정은 정말 그릇 큰 여자였던거죠.
윤여정은 조영남에게 모든 청춘을 던졌고, 그 청춘을 던진 댓가로 아주 혹독한 세월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그녀는 그 세월동안 조영남의 언론플레이에 얻어 맞고 또 얻어 맞았고 그만큼 강해져야 했어요.
조영남이 윤여정에게 용서를 구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그녀에게 한 짓이 너무나도 혹독했기 때문에, 그리고 너무나도 잔인했기 때문일 겁니다.
조영남과 윤여정이 이혼 뒤에 만난 적은 딱 한 번 있었다고 합니다. 방송사 복도에서 '운명적으로' 마주친거죠. 그 때의 상황을 조영남은 이렇게 회고합니다. "나는 가슴이 덜컥했는데 그 아이는 날 딱 한번 보더니 미동도 않고 스쳐지나가더라. 그 때 느꼈다. 내가 걔한테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내가 준 상처가 그 친구한테 얼마나 컸는지를."
아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조영남을 우연히 보고 손을 흔들며 "이런 대로에서 아버지를 만나 손 한번 쓰윽 흔들고 헤어지는 아들은 나 뿐일거야" 라던 아들. 그리고 그 아들을 바라보며 숨죽여 울 수 밖에 없었던 엄마인 그녀에게 조영남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조영남 역시 그런 윤여정에게 용서를 구할 자격이 없음은 당연하구요.
조영남은 이제 더이상 윤여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스스로 "자격이 없다" 고 하면서도 만인이 보는 TV 속에서 윤여정을 그리워하고 용서를 바라는 뉘앙스를 취하는건 별로 보기가 좋지 않거든요. 그가 그녀에게 지금껏 상처를 준 것만큼, 이제 그도 조금은 그녀가 받은 상처의 반의 반만큼은 느껴봐야 되지 않을까요.
조영남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TV속에서 사죄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생을 마감하는 그 날까지 사무치게 견뎌야 하는 아들들에 대한 그리움과 13년간 '훌륭한 여자'와 살았다는 추억을 곱씹어야 하는 외로움에 대한 인내. 바로 그걸 겁니다. 윤여정이 견뎌야 했던 외로움과 고독을 노년에 이르른 지금, 그가 조금씩 느껴가길 바랍니다.
조영남은 개슈레기.
근데 아직까지도 조영남이 더 부자야,
힛트곡도 없는 가수가...
불공평한 세상의 생생한 증거들 가운데 한마리죠, 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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